난 천막에서 위대한 태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물론 천막 안은 어두워요. 오전 11시 30분쯤 됐어요. 밖은 해가 떴고 바람이 강해요. 이건 그냥 잠깐씩 짧게 녹음하는 거예요. 정식 녹음은 아니고 혹시라도 잊을까 봐 녹음하는 거죠. 아무튼 기억나는 건 뭐든 여기에 녹음하고 있어요. 정리해서 순서대로 하는 건 아니에요. 아직도 이렇게 바람이 불고 춥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밖에 너무 오래 있으면 내 기침에는 안 좋아요. 하지만 내가 신선한 공기를 좋아한다는 게 문제죠. 상관없어요.
이틀 전에는 날씨가 정말 좋았고 바람도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잠깐 사진을 찍으러 나갔죠. 벌써 봄이 온 것 같았어요. 겨울을 무사히 넘겨서 신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꽃 사진을 몇 장 찍었어요. 나무 위에도 땅에도 꽃이 많이 피었고 정말 기분 좋고 아름다웠죠. 이렇게 축복이 가득하고 나뭇잎이 무성한 곳에 있을 수 있어 정말 운이 좋다고 느껴요. 겨울이 지나면 곧바로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죠. 그래서 밖에 나가 사진을 몇 장 찍었어요. 해는 중천에 높이 떠 있었죠. 근데 태양 사진을 제대로 찍기가 어려웠어요. 태양은 남성적이고 달은 어딘가 여성적이죠.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처럼 남자, 여자인 건 아니에요. 그냥, 내 생각에 분위기나 특성이 그런 것 같아요.
난 둥글고 밝은 태양이 제대로 잘 나오게 정말 찍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뭇잎이 사방에 무성하고 빽빽했죠. 여긴 공원처럼 공터나 양지바른 곳, 그늘진 곳이 군데군데 있지 않아요. 온통 그늘뿐이죠. 햇빛이 한두 줄기 정도 비추긴 했지만 태양 전체는 안 보였어요. 난 그래도 시도를 해봤는데 아주 작고, 그리 밝지 않은 태양만 겨우 찍을 수 있었죠. 나뭇잎이 전부 가려서 태양이 그렇게 작아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난 태양에게 말했죠. 『해님, 미안해요. 당신의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봤어요.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자리도 옮겨 봤지만 매한가지였어요. 난 그냥 숲속을 걸으면서 꽃이나 예쁜 덤불, 식물들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태양도 찍으려고 했고, 그래서 그런 불평이 나왔죠.
사실 불평이라기보다는 태양 사진을 잘 찍을 수 없었다고 사과하듯이 말한 거였어요. 내가 사진을 잘 찍는 전문가도 아니고 카메라도 전문가용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태양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근데 여전히 마찬가지로 한두 빛줄기만 비추고 있었죠. 하지만 숲은 밝았고, 어둡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찍었죠.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요. 그런데 갑자기 태양이 저절로 커졌어요.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찍었는데 앞서 찍은 건 태양이 정말 작았거든요. 나중에 그 사진들을 찾아서 보여 줄게요. 한번 보세요. 처음에는 태양이 새끼손가락 끝만큼 정말 작게 보였어요. 나는 투덜거리고 나서 다시 올려다보며 찍었죠.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각도로 올려다보며 그냥 한 번 더 셔터를 눌렀어요. 그런데 사진을 확인해 보니 태양이 정말 크게 나왔어요. 그래서 한 장 더 찍어봤는데 이번에도 같았어요. 똑같이 태양이 컸고 주위에 붉은 원이 있었죠.
난 계속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자 그 후, 태양은 더 밝아졌고, 태양 둘레와 태양 안에 무지개 같은 게 나타났어요. 붉은색과 다른 색이 약간 들어간 원이 있었어요. 무지개처럼 보이는 정말 아름답고 멋진 원이었죠.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몇 번 사진을 찍어봤지만 그런 사진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근데 그 사진엔 태양 안에 한 개만이 아닌 여러 개의 원이 있었죠. 너무 아름다워서 모든 우주 내의 지옥을 전부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그 덕분에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했죠. 너무도 행복했어요.
난 정말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추운 겨울을 최소한의 것으로 잘 견뎌냈고 지금도 매일 수프림 마스터 TV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한결같이요. 또 먹을 음식도 있고요. 원하면 조리해서 먹거나 그냥 차갑게 먹을 수 있죠. 요즘엔 정말 모든 게 풍성해요. 이를테면 비건 치즈도 정말 온갖 종류가 있어요. 그리고 망고도 온갖 게 있고, 사과도 그렇고, 오렌지도 그렇고, 감귤도 그렇고, 포도도 그래요. 끝이 없죠. 게다가, 오 세상에, 나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왕이 있을까 싶어요. 정말 그런 기분이에요. 또한 평온하죠.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니까요. 동네에서요. 평온하고, 일도 할 수 있고 정말 더할 나위 없어요. 세상의 업장 때문에 고통을 겪을 때도 있지만 그런 뒤에는 항상 어떤 위로가 있죠. 가령 자애롭고 친절하신 신께서 말씀하시는데…
이제는 신께 여쭙지 않아요. 그냥 질문이 있으면 바로 응답이 오죠. 지금은 삼위로 계시니까요. 그래서 한 분께 여쭈어보려고 하면 때로는 이렇게 그분들이 미리 말씀하셨죠. 『우리 삼위는 여기 있다』 그래서 여쭈지 않아도 약속 같은 게 와요. 사흘 뒤에 괜찮아진다는 식으로 말씀하시죠. 그런 다음에는 할 수 있는 민간요법도 알려 주시고요. 그럼 정말 사흘 뒤 날 괴롭히던 게 그냥 사라져요. 난 신을 정말 굳게 믿었죠. 삼위를 굳게 믿었어요. 그런 믿음을 유지할 거예요. 그저 행복하기만 해요. 고통이 있더라도요.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아니까요. 위에서 주변에서, 안팎에서요. 정말 복이 많다고 느끼며 매일매일 감사하죠. 모든 것에 감사드려요. 작은 바늘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할 때도요. 정말, 정말 가늘잖아요. 몸에 놓는 주사기 같은 걸 생각할 때도 그래요. 내가 쓰고 있지 않더라도 과학이나 첨단 기술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그 모든 걸 생각하면요. 요즘 첨단 기술을 보면 어딜 안 가도 전 세계와 연락할 수 있잖아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업장으로 내 몸이 안 좋거나 아프거나 해도 그것들도 지나갈 거라는 걸 알아요. 물론 또 다른 게 찾아오겠지만 난 그 어떤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죠. 우리 삶에 주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 삶을 정말 편안하고, 안락하고, 행복하고, 복된 것으로 만들어주니까요. 그래서 난 사람들이 왜 자기 복과 특권, 시간을 낭비하며 전쟁을 일으키고 남에게 온갖 해를 끼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자기 삶을 잘 꾸려 나가며 자기가 가진 모든 것에 그냥 감사하면 되잖아요. 많든 적든 모든 게 우리에게 주어졌어요. 난 모든 걸 가졌다고 느껴요.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물론 때로는 바로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던 예전이 그립기도 하죠. 그것도 아주 좋았지만 그런 것들이 크게 아쉽게 느껴지진 않아요. 그냥 여기 자연에서 누리는 모든 것에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요. 세상에, 난 정말 복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주변의 나무와 꽃과 해를 보면서요. 설사 태양 전체를 볼 수 없어도요. 한데 태양은 전체 모습을 보여줬어요. 태양은 자신을 가리던 주변의 무성한 나뭇잎을 밀쳐내고 압도하며 모습 전체를 보여줬어요. 안에 휘도는 원들까지요. 세상에, 세상에, 그 사진을 봤을 때 내가 얼마나 행복했고 감사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난 계속 말했어요. 『해님, 정말 감사해요. 정말, 정말 감사해요. 정말 멋져요. 정말 멋져요. 이 어두운 세상, 이 문제 많은 세상에 빛을 비춰줘서 고마워요. 세상을 더 밝고 희망차고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행운을 가져다주고, 풍성한 수확을 맺게 해주고, 사람들이 행복하고 우울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요. 가령, 너무 어둡거나 흐린 날이 너무 많거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힘들죠』 나는 정말 태양에게 무척 감사해요.
그래서 오늘 태양과 대화하고 싶었죠. 며칠 전부터 그랬어요. 달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요. 그런데 요즘 내 삶에선 시간이 귀중해서 여유를 갖기가 정말 어려워요. 수프림 마스터 TV 일을 다 끝내고 나면 명상도 해야 하니까요. 11시간 반이나 그 이상, 최대한 많이 명상을 해야 하죠. 게다가 식사도 해야 하고요. 차갑게 그냥 먹더라도 과일이나 빵, 비건 치즈 같은 걸 준비해야 하죠. 그래도 운이 좋다고 느껴요. 내게 필요한 건 다 있고 난 건강하니까요.
사진: 태양의 사랑은 겨울 풀도 따뜻하게 해줍니다